베를린 필하모닉 객원단원이 된 플루티스트 김세현
스포츠계에 김연아가 있다면 클래식 음악계에는 김세현이 있다.
지난 5월 8일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군림하고 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디션 관악 부문에서
27명의 쟁쟁한 연주자들을 제치고 스무살의 김세현이 1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예원중학교와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세현은
현악 부문의 첼리스트 문서영, 비올리스트 이윤미에 이어 관악 부문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2010/12 시즌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객원단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유학 와서 1년 동안은 독일어 공부에 매진했어요.
어학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기 시작한 3학기 때부터 집중적으로 전공실기 레슨과 연습에 매달리다가
카라얀 아카데미 시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Probespiel(오케스트라 입단을 위한 시험)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사실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 비교해보고 실력을 더 쌓은 후에 내년이나 내후년쯤에 시험을 볼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지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했던 첫 번째 아카데미 시험이었는데,
여러 나라에서 초청받은 27명의 지원자 중에서 제가 합격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관악 분야에서 한국인으로 최초로 합격된 것을 매우 뜻 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1972년에 창설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는
재능 넘치는 젊은 음악가들을 선발해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단원들에게 직접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특전과 더불어
객원단원 신분으로 공식적인 오케스트라 연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음악가로서의 자긍심 고취와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또한 장학금으로 매달 650유로와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참여하면 별도의 연주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의 정단원 중 아카데미 출신은 약 25%로, 아카데미 전체 정원이 30명인데 비하면
매우 높은 비율임을 알 수 있다.
“아카데미는 보통 대학 졸업생이 들어가 연주 과정을 거쳐 정식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기 위한 과정인데,
저는 한국교육과정으로 보면 이제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아카데미 과정 2년을 마치고
남은 대학과정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칠 계획입니다.
이번 아카데미 단원 활동을 계기로 더 겸손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앞으로 열릴
유명 국제 콩쿠르에도 도전해서 새로운 경험을 쌓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정단원이 되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플루트 연주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은 1992년 22살 때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에마뉘엘 파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솔리스트로서 세계 최고의 연주자로 우뚝 서 있는 그의 후임으로
김세현을 상상해보는 일도 그리 불가능한 그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객원연주자로서의 생활은 냉정하고 혹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혹독한 전쟁터” “여기서는 매 순간이 평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는
연주 실력뿐 아니라 태도·성격까지도 평가의 대상”이라고
지난해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당시 객원연주자로 연주에 참여한
비올리스트 이윤미가 말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정식 단원이 된다 해도 2년 동안의 수습기간과 다시 이어지는 오디션을 통과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쩌면 김세현에게 거는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녀에겐 이 모든 난관을 삽시간에 사라지게 할 음악에 대한 열정과 비례한 재능이 농축되어 있는 스무살의 꿈이
그 중심에서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부문에서
그녀의 이름이 모두 올라가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Sanctuary >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대체 노무현이 한 게 뭔데? 노무현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어" (0) | 2009.05.29 |
---|---|
[한국무역비사] 중국, 24년 만에 제1교역국 부상(상) (0) | 2009.05.29 |
신종플루 증상 및 예방법 (0) | 2009.05.26 |
신종인플루엔자 증상 및 예방법 (0) | 2009.05.26 |
[스크랩] (0) | 2009.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