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통계학적으로 분석한 요즘 남자들의 문제점
수학을 잘 하려면 수학 공식을 많이 알아야 한다. 따라서 연애를 잘 하려면 연애 공식을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 연애 공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변했다. (어디까지나 여자의 시선에서 쓰는 글이다) 요즘 남자들에게는 예전의 연애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인종이 변한 걸까. 주변에서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선배들이 웃으며 조언했다. 인구통계학적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러다 여자랑 사귀고 싶어 지는 건 아닌지. 2008년도 단아의 스케치.)
1. 문자를(문자만) 보내는 남자
좋아한다고, 보고싶다고, 금요일 저녁에 만나자고 전화해서 말하면 될 것을 그는 꼭 문자로 보낸다. 그것도 애매하게 표현한다. 감정적으로 손해보기 싫다는 거다. 그런 문자를 받다보면 여자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문자, 도대체 몇명한테 보낸 거야?' 일단 여러명한테 보내서 걸리는 사람과 데이트 하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남자의 문자-오늘 밤에 영화보러 갈래요?
여자의 문자-그 영화 저 본건데...
남-알았어요
여- ....
날 만나고 싶었던 거라면, 다른 영화를 보자고 하던지, 아니면 저녁 먹는 건 어떠냐고 해야 될텐데. 이미 본 영화라고 하니까 그냥 알았다고 해버리는 요즘 남자. 그냥 영화 볼 상대를 찾고 있었던 건가. 이 뿐만이 아니다.
2. 우는 소리하는 남자
식당 메뉴 정하는 것에서 부터, 만나자마자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불평하기 시작하는 남자. 자기 인생 좀 구제해달라는 식으로 우는 소리를 하는데, 아무리 해결해 줘도 끝이 없는 그의 문제들. 자립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요즘 남자. 이쯤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한마디, "내가 니 엄마냐?!"
3. 대충 연락하다 대충 연락 끊어 버리는 남자
좋아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연락을 하지 말지, 소개팅 후에 계속 문자 보내고 찝적거리더니 어느날부터 연락을 끊어버렸다. 대여섯명한테 이런식으로 하다가 쉽게 넘어오는 한명으로 결정한 건가. 그런 건가.
4. 집에만 가면 연락이 두절되는 남자
집에 있을 땐 전화를 잘 못받는다는 그 남자. 문자 답장도 못하냐는 말에는 아파서 자고 있었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술은 그렇게 자주 마시러 다니면서, 집에만 가면 아픈 건지. 오늘 한번 물어봐야겠다.
"혹시, 결혼하셨어요?"
5. 엄마 얘기를 입에 달고 사는 남자
저녁 10시쯤 되니까 전화가 온다. 엄마가 빨리 들어오라고 했단다. 오늘 입고 나온 옷은 엄가가 골라준 거란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대화 주제 3개 중 2개는 엄마에 관한 것. 나중에는 이럴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안그러는데 자기는 왜그래?"
6.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 남자
나에게 푹 빠졌다면서, 왜 핸드폰을 손에서 놓질 않는 건지. 어디다 그렇게 문자를 보내는 건지. 헤어진 여자친구의 사진을 미쳐 다 지우지 못했다는 그남자, 진짜 옛 여지친구 사진은 맞는 건지. 혹시 현재 진행형 아닌 건지.
7. 여자를 물주로 아는 남자
쇼핑이 두렵다. 백화점 근처를 지나는 것도 두렵다. 구경이라도 할라치면 "왜? 나 그거 사주게?"라고 받아치는 그 남자, 내가 걸어다니는 현금인출기냐고. 은근히 모성애 자극하고 죄책감 심어줘서 내 지갑 열게 만드는 그남자의 수법..."니가 내 아들이냐?"
(계산하지 않는 사랑, 이제는 물 건너 간건가.)
소개팅을 하고온 친구들, 연애를 하고 있는 친구들, 그러다 헤어지는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보니 '요즘 남자', 정말 예전에 우리가 알던 남자상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이런 얘기를 듣고 있던 남자의 한마디,
"왜 우리만 손해봐야되는 건데? 여자들도 그러잖아. 여자들도 바람피고 여자들도 남자가 돈내주길 바라고, 여자들도 남자 마음 떠보고...왜 우리만 충직하고 진정성이 넘쳐야 되는 건데?"
아들 하나 있는 집에서 귀하게 황제처럼 자란 요즘 남자들. 대접받는 게 당연하고, 우는 소리하면 엄마가 다 해결해 준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거라 여기고, 절대 손해보는 관계는 맺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생활신조처럼 받아들인다. 이런 건 '나쁜 남자'라고 분류할 수도 없다. 나쁜 남자란 본디, 멋지고 섹시하기라도 한 것 아닌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도 그 남자가 나에게 푹 빠졌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나쁜 남자니까.
귀하게 자랄 수 밖에 없는 인구통계학적 환경이 요즘 남자들을 그렇게 만든 걸까.
남자, 여자를 떠나서 사람이 정말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자신을 더 많이 돌아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면이 무엇인지 자기 검열을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서로를 위해 조금씩 자신을 바꿔나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남자들, 전혀 자기 단점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굳이 그 남자에게 올인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유연하지 않은 연애 공식에 따라 남자를 정의하는, 내 사고의 문제가 더 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