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이라는 책이 있다. 평소 유 ․ 불 ․ 선에 두루 밝아 <대학중용> <장자> <노자> 등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한 이현주 목사가 쓴 책이다. <금강경>을 성경과 곁들여 설명을 하면서 진리가 둘이 아님을 알게 하는 이 책에 정토회 법륜 스님이 추천문을 썼는데, 나는 이 추천문 때문에 이 책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추천문의 일부를 옮겨 보겠다.
“성경 공부를 마쳤다는 이가 불경을 보고 그 뜻을 모른다면 어찌 성경을 제대로 안다 하겠으며, 불경 공부를 해서 깨쳤다는 이가 성경을 보고 그 뜻을 모른다면 어찌 그가 진리를 깨쳤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금강경>이 일체 중생을 깨닫게 하여 저 언덕에 이르게 하는 가르침이라면 어찌 승려는 깨치고 목사는 못 깨치겠습니까?”
비제의 레슨 후기에 웬 <금강경> 타령이고, 목사와 스님을 등장시키는가 궁금할 것이다. 이번에 받은 레슨의 가장 중요한 말씀 중 하나가 “나는 바보다”였다. 힘을 빼라는 거다. 몸에 힘이 들어가니 손가락도 잘 안 돌아가고, 자연히 목에도 입술에도 힘이 들어가서 시원하고 멀리 울려 퍼지는 소리가 나질 않고, 뭔가에 꽉 눌린 듯한 소리가 나니까 “나는 바보다”라는 말을 명심하라는 것! “나는 바보다”를 한번 정말 바보스럽게 말해보라. 그러면 몸과 얼굴에 힘이 죽 빠지면서 아주 편안한 얼굴이 될 거다. (진짜 바보 같은 얼굴이 될 수도 있다 ^^) 그러고 플루트를 불어보자.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하하하” 속으로 웃었다. 정말 내가 잘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힘빼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단 플루트를 불 때만이 아니다. 평소에도 뭔가를 움켜쥐느라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레슨을 받을 때도 ‘잘 하려고 하는 생각’ 때문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니, “나는 바보다” 생각하면 좀더 편안하게 플루트를 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 앞이라고 특별히 긴장하지 않는 “바보”가 되고 싶다. ^^ 남들 앞에서도 마찬가지고.
플루트를 분지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문득 문득 플루트 연주법과 다른 것들과도 통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진리는 통하는 거라고, 그리고 진리에 가까울수록 단순하다고 하지 않는가? 힘을 빼라! 그것은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해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통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목사가 쓴 <금강경>, 거기에 추천문을 써준 스님의 이야기가 생각나 시작을 좀 거창하게 하게 된 것이다. ^^;
어쨌든, 레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비제의 동영상 강의를 1강부터 마지막 강까지 다 들었다. 거기에 보니 “땡칠이 호흡법”이 설명되어 있었는데, 이 두 가지를 잘 새겨야 할 것 같다. “나는 바보다”와 “땡칠이 호흡법” ㅋㅋㅋ
또 한 가지, 오늘의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
소리는 내 입술에서 나거나 엠부셔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문 밖에서 날 거라고 생각하라는 것. 그렇게 생각을 하니 고개를 들게 되고, 목이 열리고, 소리를 좀더 자신감 있게 내뱉게도 되고.... 그런 것 같다. ^^
아, 또 생각났다. “호흡이 위로 뜨지 않게 하기 위해 발바닥을 바닥에 밀착시키려다 보니 발바닥에 힘이 들어간다”고 했더니 차라리 발바닥보다는 허벅지에 힘을 모으는 게 낫겠다고 한다. 단전과 가까운 곳으로 에너지를 집중하라는 이야기.... (힘을 빼라는 이야기와 단전 중심에 기를 모으라는 것이 헷갈리려나?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요? 비제 님~)
마지막으로 온 몸을 던져 레슨을 해주는 비제 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직접 들려주는 연주도 무척 도움이 되지만, 때론 노래로 표현해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레슨하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인 것 같다. 그리고 표정이나 몸짓으로도 가르쳐주는데(예를 들면 “나는 바보다”를 직접 해보일 때 그 표정을 보면 정말 이해가 쏙쏙 된다) 그렇게 망가져가면서까지(ㅋㅋ) 레슨을 해주시니 고맙고 고마울밖에.
자기 전에 누워서 땡칠이 호흡법을 몇 번 하고 자야겠다. 그런데 나는 왜 복식호흡을 하면 뱃속에서 소리가 이리 크게 나는지....(꿀렁꿀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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